[쿠키 사회] 사회 통념상 허용 수준을 넘어선 고율의 이자는 지급할 필요가 없으며 고율의 이자를 이미 고리대금업자에게 지급했더라도 한도를 초과한 이자는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이는 현행 대부업법상 제한이자율이 연 66%이지만 미등록 대부업자들이 연평균 223% 이자율(금감원 통계)로 돈을 빌려주고 폭력까지 동원해 돈을 받아내는 폐해를 막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판결은 이자율을 연 40% 이내로 제한하는 이자제한법 부활을 위한 입법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15일 오모씨가 “원금과 이자 4800만원을 돌려달라”며 연 243%의 이율로 1300만원을 빌려간 심모씨를 상대로 낸 대여금반환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라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이율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한도를 초과해 현저하게 고율로 정해졌다면 한도를 초과하는 부분의 이자 약정은 돈을 빌려준 대주(貸主)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얻고 돈을 빌린 차주(借主)에게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한도를 초과하는 이율의 이자를 약정해 지급받은 것은 차주에게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차주는 이자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개인과 개인 간의 금전대차 때 적정 이율이 얼마인지는 하급심에서 결정하도록 판단을 미뤘다.
오씨는 2001년 2월 심씨에게 선이자를 뗀 뒤 1300만원을 빌려줬으나 돈을 갚지 않자 소송을 냈다. 그러나 심씨는 재판 과정에서 연 243%는 지나치게 높은 이율이며 앞서 1999년에는 3000여만원을 월 이율 40%로 빌린 뒤 1억1000만원을 갚았다며 이자의 일부를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돈이 급한 서민들이나 중소기업들에게 고율의 이자로 돈을 빌려주고 폭력적 방법까지 동원되는 추심 과정의 폐해를 막고 이미 준 이자도 반환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1988년 9월 “채무자가 당초 약정이율에 따른 이자를 임의로 지급한 경우에는 이를 무효라고 할 수 없으며 반환을 청구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내린 선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정부는 현행 대부업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미등록 대부업자들이 최소 2만개가 넘고 이들의 연 평균 이자율이 223%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서민피해를 막기 위해 이자율을 연 40% 이하로 제한하는 이자제한법 부활을 추진중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허윤 기자 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