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RFID 프로젝트 쉽지 않네"
설치 어려움, 낮은 인식률, 협력사 시스템 표준화 등 5가지 애로사항 소개
2009년 11월 06일 (금) 21:15:13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
국내 자동차 업계 최대 규모의 전파식별(RFID)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6일 서울 대치동 섬유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물류혁신 컨퍼런스'에서 RFID 확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겪고 있는 5가지 애로사항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현대차 RFID 프로젝트는 대형 공장과 다양한 협력사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만큼 이번에 발표된 애로사항은 앞으로 공급망 전반에 RFID를 확대 적용하려는 기업들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공해 주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9월 아산공장과 49개사 협력사를 대상으로 1단계 RFID 적용 프로젝트를 마쳤으며, 내년 10월 완료를 목표로 울산공장과 71개 협력사에 RFID를 추가로 설치하는 2단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가 소개한 RFID 확산 작업의 5가지 애로 사항은 △리더기 설치의 어려움 △여전한 인식 오류 △협력사 표준 시스템 구축의 어려움 △협력사 인력의 잦은 변경에 따른 업무 공백 △RFID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등이다.
우선 넓은 공장에 RFID 리더기를 설치하는 작업이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라는 점이다. 공장내 작업자의 조립공정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완성차 생산 공정에 RFID 리더기를 설치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각종 설비로 인해 복잡한 공장 구조 때문에 장비의 적절한 위치를 선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고, 현장의 RFID 장비를 사무실의 운영 서버까지 연결하는 네트워크 배선 작업도 난제로 꼽히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주중에 사전 조사를 한 후 주말에야 현장 실사와 네트워크 배선공사를 진행하고 있을 정도다.
RFID 확산의 걸림돌로 자주 거론되는 인식률도 여전히 문제다. 이 날 현대기아차그룹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아직 1% 가량의 오인율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주 원인으로는 리더기의 설치각도와 상호 주파수 간섭, 차량의 고속 주행 등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초창기 5% 이상의 오인율에 비하면 많이 개선된 수치이지만 업무상으로 봤을 때 치명적일 수 있다. 현대차는 별도의 원인분석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공장을 출입하는 차량의 속도를 시속 30km 미만으로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많은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RFID를 적용하는 만큼 협력사들에 표준화된 RFID 기반 재고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어려운 과제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현대차는 협력업체를 △다양하고 복잡한 사양의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 △국내 완성차 5개사에 동시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 △ 바코드에 의한 생산 및 재고관리 기능을 RFID로 대체할 수 있는 업체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과 RFID 재고관리시스템간 인터페이스가 필요한 업체 등 4가지로 분류하고, 해당 협력업체의 특성에 맞춰 재고관리시스템의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RFID 인프라를 지원하는 ‘공통응용시스템(Shared Service)’을 구축하는 등 협력업체와 실시간 정보 공유와 시스템 표준화를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력 이동이 잦은 중소기업의 특성상 협력업체 실무담당자들이 자주 변경된다는 점도 RFID 프로젝트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협력업체들이 담당자 교체시 새 담당자에게 업무를 인수인계하더라도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공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업체 담당자를 한 사람이 아닌 한 팀으로 구성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RFID를 처음 접하는 직원들이 갖는 오해를 들 수 있다. RFID 리더기가 익숙치 않은 작업자들이 리더기를 감시카메라로 오인을 하거나, RFID 주파수가 인체에 해롭다는 식의 오해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그룹 관계자는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RFID 주파수에 대한 인체 유해정도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연구결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