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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펌] 연애하는 남자...


홀로인 것이 익숙해질 때면 난데없이 연애가 찾아온다.

남자들은 비슷비슷한 맹세들로 여자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여자들은

생전 처음 듣는 고백인 양 해맑은 표정으로 남자를 안심시킨다.

마지막엔 단 하나도 지키지 못할 약속들을 굳게 나누고 날이

뿌옇게 밝아오면 통화량만큼의 깊은 사랑이 이번에도 증명된다.

겨울이 오기도 전에 그를 위해 입을 크리스마스 정장을 사러 다니지만,

그러나 가을에 시작한 연애는 꼭 겨울이 시작될 무렵이면 끝이난다.

 

서로가 서로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이별의 이유를 떠넘기고

독수리처럼 날아온 사랑은 참새처럼 치사하게 끝을 맺는다.

깃털의 무게 같은 감정을 놓고 저울질하다 문득 이별보다는

보여줄 이 없는 새 옷 때문에 안타까워진다.

 

어린 날의 서정은 그렇게 사랑을 겪으며 시들해지고

시작하는 설레임보다 후에 오는 상심들이 이제는 거추장스럽다.

 

별로 아프지도 않은 사랑에 그렇게 세월이 가고 홀로인 것에

다시 익숙해질 때면 또다시 난데없이 연애가 찾아온다.

 

 - 김계희/연애하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