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사진을 취미로 한다고 스스로 말하는 사람 가운데 한 명으로서, 근래 들어 사진에 관련한 다툼이 일어나는 것을 자주 보게 됩니다. 이전과 달리 급변한 사진 환경은 이러한 다툼의 빈도를 급증시켰으며, 앞으로도 쉬이 잠잠해질 것 같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 글은 앞으로 사진을 취미로 하는 데 있어 스스로를 다잡는 동시에, 다른 분들이 사진을 찍는 데 있어서 혹여 마주치게 될 문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쓰게 되었습니다. 글은 법 전공자가 아니니만큼 관계법령의 나열 및 해석은 거의 하지 않을 것이며, 주로 개인적인 의견으로 채워질 것입니다. 혹 글 가운데 잘못된 부분이나 추가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언제라도 지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래부터는 편의상 평어로 진행합니다.
취미 사진에 있어서의 초상권과 저작권 Part 1. 찍히는 자의 권리 - 초상권
무엇을, 어디까지 찍어야 할 것인가
사진에 있어 인물이란 그 자체로서 하나의 주제가 되기도 하는 동시에 풍경을 살려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 빼놓아서는 안될 매력적인 소재임엔 분명하다. 그러나 길가를 걷다 반가운 마음에 셔터를 누를 수 있는 아름다운 꽃과 달리, '사람'을 사진에 담기 위해서는 그 당사자의 허락을 받아야만 할 것임은 누구나 공감할 기본적인 예의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말할 필요도 없이 당연한 예의를 구태여 언급하는 이유는, 그 '허락'의 범위가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어 많은 혼란과 혼동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 시위 현장에 모인 수천 명의 사람을 광각으로 담아 냈다고 생각해보자. 이 사진을 찍은 사람은 수천 명의 사람 모두에게 허락을 받아야만 하는가?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그 허락을 받아낼 것인가?
실지로 몇 년 전 프랑스의 한 신문기자는, 신문에 일상적으로 실리곤 하는 도시의 생활 스케치를 담기 위해 조깅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실었다가 소송을 당해 큰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혹자는 이를 일컬어 농담 삼아 앞으로는 '그림자 사진만 찍어야 하는 것이냐'고 말한 적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그 순간에 있어서 만큼은 찍히는 사람의 입장이 상대적으로 약자의 입장에 처하는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바, - 사실 사진 촬영에 있어 촬영자와 그 대상을 역학적인 강자와 약자로 구분한다는 것이 조금 어울리지 않는다고는 생각하나, 대상자가 원치 않음에도 촬영자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여 이러한 표현을 사용한다 - 그 약자에 대한 고려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앞서 말한 것처럼, 그 정도가 지나쳐 '그림자만을 찍게 되는'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사진을 찍는 사람 스스로가 자신이 시도할 수 있는 한계점이 어디까지인지 분명하게 인식하고,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즉, 이 글에서는 사진을 취미로 가지는 사람과, 그 촬영 대상을 기준으로 하여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다루고자 하므로, 초상권과 관련한 상업적인 문제라든가, 보도사진에 대한 문제라든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기로 한다.
왜 초상권이 '이제서야' 문제가 되는가
생각해 보자. 사진이 비록 그다지 역사가 길지 않은 예술 장르이기는 하나, 디지털은 생각할 수 없던 수십년 전에도 이미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은 있었다. 그러나 그 시절부터 근래에 이르기까지, 취미사진에 있어 초상권이 문제가 되고 심지어 법정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를 들어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이러한 현상은 최근에 들어서야 빈번해진 것이라고밖에는 볼 수 가 없다. 당연히 왜, 인지 궁금증이 생긴다.
비교적 이전, 그러니까 은염 사진이 사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시절을 생각해 보자. 복사나 전송이 그닥 자유롭지 않은 필름이라는 매체로 사진을 찍고, 그에 더불어 인화 과정에 따른 부수적인 비용이 발생하고, 설혹 그 과정을 통과했다 하더라도 마땅히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만한 공간이 부족하던 시기이다. (전시회, 혹은 다른 방법을 통해 자신의 사진을 알리는 취미사진가들의 수가 지금도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자신의 사진을 남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방법이 현재에 비해서는 매우 제한적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의 배포 범위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다음과 같이 한정된다.
사진을 찍는 사람, 그리고 그 주변의 지인들/사진에 찍힌 사람, 그리고 그 주변의 지인들
더군다나 인물 사진의 경우 촬영자와 그 대상이 서로 지인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수는 더욱 줄어든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가.
찍는 사람만 찍는 사진의 시대는 이미 갔고, 취미사진으로서의 사진 세계는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어떤 나라에서는 1가정 1디지털 카메라 목표를 달성 후 1인 1디지털 카메라 보급에 매진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 나라는 그 정도 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 속도는 무서울 정도다. (햇볕 화창한 날 한강이나 여의도 공원에 가서 1시간 동안 몇 대의 디지털 카메라를 볼 수 있는지 한 번 세어보라. 본인은 휴일 경복궁에서 1시간 30여분을 걷는 동안 국내 발매된 거의 모든 DSLR카메라를 보았다는 사실에 경악했다.)이렇게 카메라가 잘 보급되어 있는 데 더불어, 또 말할 수 없이 잘 갖추어진 인터넷 인프라는 잘 보급된 카메라로 찍힌 사진이 폭발적으로 퍼져 나가게 하는 원인이 된다. 즉, 이런 경우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디카를 산 사람이 랄랄라 공원에 가서 덜컥 사진을 찍는다-> 나름대로 작품이라 여기며 온갖 인터넷 갤러리에 사진을 넙죽넙죽 올린다->그게 멋있다고 생각한 사람(혹은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들이 여기저기 퍼뜨린다-> 어느 날 인터넷을 하던 A씨는 자신의 얼굴이 찍힌 사진이 누군가의 작품이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 해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모두 예절에 밝아 모든 사진을 허락을 받고 찍었을 리 만무하고, 그때에도 허락 받지 않은 사진들은 어느 정도 비슷한 비율로 만들어 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에는, 이미 지적했던 것처럼 그 사진의 배포 범위가 좁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 않은 것처럼 보인 것이고, 작금에 이르러 인터넷 안에 같은 사진이 수백-수천 장이 다른 서버에 올라와 있는 상황이 되자 이런 문제가 터져 나오게 된 것이다. 게다가 사진 인구는 늘어났고, 단순 비율로 허락 받지 않은 사진의 절대수도 늘어났다는 것, 이것이 오늘날 상업적이지 않은 초상권 문제가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초상권이란 무엇이며, 그 권리는 어떻게 보호받고 있는가('법'이 이야기하는 초상권)
지금까지 줄곧 허락을 받네 받지 않네, 초상권이네 하는 이야기가 툭툭 튀어나오고 있는데, 이 글을 읽는 분들 또한 초상권이란 단어는 이제 꽤나 자주 접하는 단어인 만큼 그렇게까지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초상권이 정확하게 무엇인가, 혹은 허락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라는 질문을 받으면 대답할 말이 곤궁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의 논의를 위해 초상권에 대한 정의를 간단하게 내려보고자 하는데, 역시 이러한 경우 가장 좋은 것은 대한민국 법전을 참조하는 것이겠다.
대한민국의 법 조항에 있어 초상권은 단일 항목으로서 명시적인 규정이 되어 있지는 않고, 헌법상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권(제10조)에 근거하는 일반적 인격권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초상권은 흔히 두 가지로 구분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격권적 측면: 허락 없이 개인의 초상이 촬영, 공표 당함으로써 받게 되는 정신적 고통을 방지하고자 하는 개인의 인격적 이익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재산권적 측면: 초상의 노출이 감정적인 것이라기보다 경제적 이익을 박탈당하는 것이라 느끼는 것으로 재산상의 이익을 그 보호법익으로 한다.
현재 우리가 다루는 것은 취미사진에 있어서의 초상권이므로 재산권적인 측면을 배제하기로 하자. (참고로 이 경우의 구제수단은 손해 배상의 청구 및 부당 이득의 반환 등이 있다) 인격권적 측면에서의 초상권이 문제가 되는 경우의 구제수단은 촬영 및 보도의 중지 청구, 위자료 청구, 명예 회복 등의 조치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면 초상권이 침해되었다, 고 말할 수 있는 경우를 대표적으로 몇 가지 들 수가 있게 되는데,
1. 허가 없는 사진의 촬영: 촬영이 피 초상자가 알 수 있는 형태로 이루어진 경우에 있어 피 초상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묵시적인 승낙이라고 볼 수 없으며, 반드시 명시적인 허가가 있어야 한다. (단, 촬영의 보수가 피 초상자에게 지급된 경우는 초상의 사용을 승낙한 것으로 본다)
2. 허가 없는 사진의 공표: 비록 촬영이 피 초상자의 승낙 아래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그 공표 범위는 반드시 피 초상자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더불어 그 방법에 대해서도 양해가 이루어져야 한다.
3. 공표된 사진을 무단으로 타 매체에 전재하는 경우
이 이외에도 몇몇 경우가 더 있지만 대부분 이 항목들에 한해 일어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여기까지만 언급하기로 한다.
법이 이렇듯 초상권의 보호를 천명하고 있긴 하지만, 몇몇 예외 사정에 한하여 초상권을 제한하는 경우가 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흔히 이런 경우는 초상권이 없는 것 아닙니까? 라고 질문하는 케이스들 몇 가지를 들어본다. 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초상권의 제한이며, 초상권이 없는 경우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이다.
1. 표현의 자유, 범죄 수사와 같은 공공성이 있는 사진
2. 정치가나 배우 등의 저명인: 저명인은 일반인의 건전한 관심의 표적으로 간주하여 그 초상권의 행사가 어느 정도 제한되는 것으로 하고 있으나, 사생활의 핵심영역에 있어서는 여전이 일반적 인격권의 침해범위에 해당된다.
3. 저명인이 아닐지라도 풍경, 기타 장소의 부수물로서 인물이 취급되는 경우: 더불어 집회나 행렬 및 이와 유사한 행사에 참가하는 경우 인물의 초상은 보호되지 아니한다(KUG 제 23조 제 1항 제 1호-제3호 참조) 단 이는 그 한도 내에서만 허가될 뿐이며, 예를 들어 촬영된 사진의 인물 일부를 확대하여 재인화하는 행위는 초상권의 침해가 된다.
즉, 일반적으로 '초상권이 없는 경우'라고 알고 있는 경우는 대부분 초상권이 일부 제한된 경우이며, 초상권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경우는 전무하다고 할 수 있겠다. 허면, 이렇게 초상권이 침해 받는 경우에 대하여 취할 수 있는 대응 방법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는가?
라는 의문을 가지고 찾아본 결과 꽤나 놀라게 되었는데, 일반인의 초상 촬영에 있어 인격권으로서 촬영 및 공표가 초상권의 침해로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처벌할 만한 마땅한 수단이 없었다. 일반인이 취미로 사진을 찍고 공표한 경우에 그와 관계된 실정법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뿐이다. 물론 이러한 경우에도 손해배상 청구와 촬영 및 공표 금지 등은 여전히 요구할 수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소송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이고 보면 자신의 사진 때문에 심각한 생활의 타격을 받지 않은 다음에야 그러한 행동을 취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고, 결국 있어도 별 도움이 안 되는 수준이 되어버리고 만다. (더군다나 소송 비용을 생각해 보면 차라리 사진 한 장 정도...라고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더 많다)
대한민국 실정법에 있어 피사체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실정법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며, 동법 제 14조의 2는 '카메라 기타 및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자극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길거리의 사람을 일반적 구도로 촬영한 것은 피사체의 의도에 반하더라도 형사적 처벌을 받지는 않게 된다. (여기서의 성적 욕망 및 수치심의 경우는 건전한 상식 있는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 혐오감을 기준으로 한다. 즉, 자신의 머리카락이 찍혀서 성적 수치심을 느꼈어요ㅠㅠ 같은 경우는 해당이 안 되는 이야기 되겠다) 단, 법령에서는 초상권 침해를 이유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 고 조항을 두기는 하였으나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취미사진의 공표에 대한 손배 소송은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볼 때 제한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다는 것은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닌가 싶다.
초상권이 껌 씹듯 무시되고 있는 현실
법이 초상권을 어떻게 규정하며 어떤 경우에 그것이 침해되는지를 대충 살펴보았다. 그러면 초상권이 어디 엘프 나무 찍는 소리로밖에 인식되고 있지 않는 현실의 예를 몇 가지만 들어보자.
가장 흔히 일어나고 있고 또 별 대책이 안 서는 경우가 허가 없이 사진을 찍고 그것을 각종 인터넷 갤러리에 올리는 경우라 할 수 있겠다. 그나마 제재 장치가 되어있고, 또 유저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는 몇몇 갤러리(raysoda, slrclub등을 생각해보자) 에서는 상대적으로 허가 없이 찍힌 사진의 수도 적은 편이고, 올라온다 할지라도 보통은 자체의 갤러리 내에서만 소화되는 경우가 많아 큰 문제로 번지지는 않는다. 허나 DCinside와 같은 갤러리에 자칫 잘못 올라 어느 날 자신이 온갖 합성의 대상물이 되어 있는 경우라면, 글쎄 그것이 그렇게 기분 좋은 일은 아닐 듯싶다. 개죽이야 덕분에 유명해졌다지만.
촬영자와 배포자가 동일 인물인 앞선 상황과 달리, 이 둘이 서로 다른 경우도 있다. 즉, 촬영자는 분명 허가를 받고 사진을 찍어 개인적인 공간에 올렸지만, 이 사진을 막무가내로 퍼가는 사람들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되겠다. 특히나 요즈음의 사이트에서는 초상권을 그야말로 어디 오크 산수 공부하는 소리로 아는지, 사용자들이 초상권을 침해하도록 적극 권장하기조차 하는 동네가 있는데 그게 한참 인기를 끌고 있는 Cyworld다. 아시다시피 이 미니홈피에는 '스크랩'이라는 웃기지도 않은 기능이 있는데, 이 기능을 이용하면 원래 사진을 올린 사람의 허락 따위는 아무 관계없이 마음대로 사진을 클릭 한번에 가져갈 수 있는 데다가 누가 사진을 가져갔는지 파악할 수 있는 도구 따위는 전혀 없다. (싸이 측은 트래픽 과다로 그러한 검색 기능을 제공할 수 없다, 고 핑계를 대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럴 거면 아예 스크랩 기능을 빼는 게 싸이의 트래픽 감소에 매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현재는 여론에 밀려 스크랩 제한기능을 두긴 했지만 이 기능이 있다는 것 자체가 눈 가리고 아웅 수준이라는 이야기밖에는 안 된다) 덕분에 헤어진 연인이 찍어준 사진을 새로 사귄 남자친구가 떡하니 스크랩해서 올려놓고 내 여친 사진인데 이쁘지=.=/ 이러고 찍어준 전 남자친구는 한달 쯤 지나서 그거 알고 폭주하는 정말 웃기지도 않은 사태가 생기는 것 아니겠는가.
이 두 예에서 극렬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과 같이 작금의 초상권 문제는
- 허락 받지 않은 사진을 찍는 사람
- 그 사진을 아무 갤러리나 덥석덥석 올리는 사람
- 올라간 사진을 랄랄라 제멋대로 퍼가는 사람
(이 셋은 동일인일 수도, 별개일 수도 있다) 들이 손잡고 만들어내는 어지러운 상황인 것이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나
현상을 이야기하는 것은 쉬우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하물며 이처럼 딱 부러지는 해결책이 없는 문제에 있어서야 나라고 별반 좋은 말이 나올 리는 없지만, 그래도 두리뭉실하게나마 마무리 짓고자 한다.
이미 지적한 내용이지만, 현재로서는 초상권 침해에 대한 처벌을 가능케 하는 실정법은 단 하나밖에 없고, 그 이외에는 모두 민사소송으로 해결을 보아야 하는 상황이다. 말이 소송으로 구제이지 물질적, 정신적 피해 정도가 크지 않은 다음에야 소송을 하려는 마음을 먹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고 보면 - 상업사진이나 보도사진이라면 그 정도를 감수해야겠지만 개인사진의 경우 올라온 사진을 보고 바로 소송을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나 싶다- 사실상 법적으로는 구제책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찍는 사람의 에티켓에 맡길 수 밖에 없다는, 원론적인 결론만 나오게 되어 버린다.
사진을 찍는 사람 입장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글이 외국의 경우는 어떤데 우리 나라는 너무 민감하다느니, 혹은 왜 그런 사진 한 장에 민감하게 구는지 모르겠다는 류의 글이다. 그러나 초상권, 나아가 인격권은 어디까지나 그 대상이 되는 사람의 기준에서 생각해야 하는 것이지 찍는 당사자 입장에서 마음대로 결정하고 행동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 찍히는 사람 입장에서 원치 않는다면 찍지 않아야 한다는 기본적인 인식의 태도가 필요하다 본다.
더불어, 현재와 같이 사진 한 장 퍼뜨리는 것이 담배 한 대 필 시간에 이루어지는 세상에서라면, 촬영 자체에 대한 허락과 함께 어느 곳에 게시하겠음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예의일 것이다. 자신의 사진을 공개할 생각이 있다면, 혹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공개되어 퍼져나갈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상황이라면, 사전에 양해를 구하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본질적으로 허가 받지 않은 촬영 자체가 초상권을 침해하는 현 상황에서, 그 초상권의 침해 정도는 보통 그 사진이 퍼진 정도가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취미 활동에 있어 초상권의 침해는 이 정도의 선에서 그치는 경우가 보통이기 때문에, 최소한 그에 대한 허락 정도라도 받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 본인의 생각이다. 물론, 생각 없이 이 사진 멋있네 그러면서 덥석덥석 가져가는 사람 또한 가져가기 전에 최소한 원 게시자에게 연락이라도 한번 해서 가져가겠다고 허락을 받는 정도의 예절 정도만 지켜도 지금보다 문제는 훨씬 줄어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취미로 사진을 찍는 사람의 입장에서, 마찬가지로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분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소리 덧붙이고자 한다. 분명 디지털 이전의 사진에도 허락 받지 않은 사진들은 많았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그 수가 더욱 증가하는 것도 사실이다. 단순히 사진 인구의 증가로 인한 비율로만 보기에는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그 다툼의 횟수는 잦다. 장비의 가격이 내려가고, 많은 사람들에게 카메라가 보급되면서 너도나도 좋은 장비를 든 연후에 그 장비를 제대로 활용치 못 하는 게 아닌가 싶은 것이 솔직한 본인의 심정이다. 몇 년 전 본인은 광학 10배 줌의 카메라를 보고 이게 망원경이지 카메라냐, 는 요지의 이야기를 친우에게 한 적이 있다. 허나 지금 광학 10배줌의 카메라는 보급형 기종에서만 벌써 3종이 넘는다. DSLR급에서 인기 있는 렌즈는 70-200, 혹은 70-300계열들, 크기만으로도 웬만한 작은 카메라를 능가하는 그 렌즈는 DSLR에 장착하는 순간 환산 화각으로만 따지면 105-300, 105-450에 이르는 무시무시한 망원렌즈가 된다. 본인의 카메라에서는 70-300이면 119-510이 되어버린다. 물론 망원은 사진에 있어 하나의 고유한 영역이며, 그 영역만의 역할에 대해서는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성능 좋은 '망원경'에 가까운 렌즈를 들고 저 멀리 숨어서 누군가의 사진을 찍은 연후에 갤러리에 작품 이름을 달아 올리는 사람이 있는 것도 현실이다. 혹자는 그것을 자연스러운 사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강변하기도 하지만, 그렇다면 그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은 후 당당히 들고 가 사진을 찍었음을 알리는 예의는 왜 갖출 수 없는 것인가. 굳이 사진은 다가가서 찍는 것이라는 해묵은 금언을 꺼내놓을 필요는 없다 하더라도, 사진을 찍는 데 있어 몰래 숨어서 찍는 사진보다는 촬영자와 그 대상이 서로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사진을 찍고자 한다면 애초 이런 초상권이니 뭐니 하며 낯 붉히며 싸우는 일이, 적어도 취미 생활에서는 없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 R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4-01 11:06)
취미 사진에 있어서의 초상권과 저작권 Part 1. 찍히는 자의 권리 - 초상권
무엇을, 어디까지 찍어야 할 것인가
사진에 있어 인물이란 그 자체로서 하나의 주제가 되기도 하는 동시에 풍경을 살려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 빼놓아서는 안될 매력적인 소재임엔 분명하다. 그러나 길가를 걷다 반가운 마음에 셔터를 누를 수 있는 아름다운 꽃과 달리, '사람'을 사진에 담기 위해서는 그 당사자의 허락을 받아야만 할 것임은 누구나 공감할 기본적인 예의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말할 필요도 없이 당연한 예의를 구태여 언급하는 이유는, 그 '허락'의 범위가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어 많은 혼란과 혼동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 시위 현장에 모인 수천 명의 사람을 광각으로 담아 냈다고 생각해보자. 이 사진을 찍은 사람은 수천 명의 사람 모두에게 허락을 받아야만 하는가?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그 허락을 받아낼 것인가?
실지로 몇 년 전 프랑스의 한 신문기자는, 신문에 일상적으로 실리곤 하는 도시의 생활 스케치를 담기 위해 조깅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실었다가 소송을 당해 큰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혹자는 이를 일컬어 농담 삼아 앞으로는 '그림자 사진만 찍어야 하는 것이냐'고 말한 적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그 순간에 있어서 만큼은 찍히는 사람의 입장이 상대적으로 약자의 입장에 처하는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바, - 사실 사진 촬영에 있어 촬영자와 그 대상을 역학적인 강자와 약자로 구분한다는 것이 조금 어울리지 않는다고는 생각하나, 대상자가 원치 않음에도 촬영자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여 이러한 표현을 사용한다 - 그 약자에 대한 고려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앞서 말한 것처럼, 그 정도가 지나쳐 '그림자만을 찍게 되는'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사진을 찍는 사람 스스로가 자신이 시도할 수 있는 한계점이 어디까지인지 분명하게 인식하고,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즉, 이 글에서는 사진을 취미로 가지는 사람과, 그 촬영 대상을 기준으로 하여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다루고자 하므로, 초상권과 관련한 상업적인 문제라든가, 보도사진에 대한 문제라든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기로 한다.
왜 초상권이 '이제서야' 문제가 되는가
생각해 보자. 사진이 비록 그다지 역사가 길지 않은 예술 장르이기는 하나, 디지털은 생각할 수 없던 수십년 전에도 이미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은 있었다. 그러나 그 시절부터 근래에 이르기까지, 취미사진에 있어 초상권이 문제가 되고 심지어 법정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를 들어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이러한 현상은 최근에 들어서야 빈번해진 것이라고밖에는 볼 수 가 없다. 당연히 왜, 인지 궁금증이 생긴다.
비교적 이전, 그러니까 은염 사진이 사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시절을 생각해 보자. 복사나 전송이 그닥 자유롭지 않은 필름이라는 매체로 사진을 찍고, 그에 더불어 인화 과정에 따른 부수적인 비용이 발생하고, 설혹 그 과정을 통과했다 하더라도 마땅히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만한 공간이 부족하던 시기이다. (전시회, 혹은 다른 방법을 통해 자신의 사진을 알리는 취미사진가들의 수가 지금도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자신의 사진을 남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방법이 현재에 비해서는 매우 제한적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의 배포 범위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다음과 같이 한정된다.
사진을 찍는 사람, 그리고 그 주변의 지인들/사진에 찍힌 사람, 그리고 그 주변의 지인들
더군다나 인물 사진의 경우 촬영자와 그 대상이 서로 지인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수는 더욱 줄어든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가.
찍는 사람만 찍는 사진의 시대는 이미 갔고, 취미사진으로서의 사진 세계는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어떤 나라에서는 1가정 1디지털 카메라 목표를 달성 후 1인 1디지털 카메라 보급에 매진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 나라는 그 정도 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 속도는 무서울 정도다. (햇볕 화창한 날 한강이나 여의도 공원에 가서 1시간 동안 몇 대의 디지털 카메라를 볼 수 있는지 한 번 세어보라. 본인은 휴일 경복궁에서 1시간 30여분을 걷는 동안 국내 발매된 거의 모든 DSLR카메라를 보았다는 사실에 경악했다.)이렇게 카메라가 잘 보급되어 있는 데 더불어, 또 말할 수 없이 잘 갖추어진 인터넷 인프라는 잘 보급된 카메라로 찍힌 사진이 폭발적으로 퍼져 나가게 하는 원인이 된다. 즉, 이런 경우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디카를 산 사람이 랄랄라 공원에 가서 덜컥 사진을 찍는다-> 나름대로 작품이라 여기며 온갖 인터넷 갤러리에 사진을 넙죽넙죽 올린다->그게 멋있다고 생각한 사람(혹은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들이 여기저기 퍼뜨린다-> 어느 날 인터넷을 하던 A씨는 자신의 얼굴이 찍힌 사진이 누군가의 작품이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 해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모두 예절에 밝아 모든 사진을 허락을 받고 찍었을 리 만무하고, 그때에도 허락 받지 않은 사진들은 어느 정도 비슷한 비율로 만들어 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에는, 이미 지적했던 것처럼 그 사진의 배포 범위가 좁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 않은 것처럼 보인 것이고, 작금에 이르러 인터넷 안에 같은 사진이 수백-수천 장이 다른 서버에 올라와 있는 상황이 되자 이런 문제가 터져 나오게 된 것이다. 게다가 사진 인구는 늘어났고, 단순 비율로 허락 받지 않은 사진의 절대수도 늘어났다는 것, 이것이 오늘날 상업적이지 않은 초상권 문제가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초상권이란 무엇이며, 그 권리는 어떻게 보호받고 있는가('법'이 이야기하는 초상권)
지금까지 줄곧 허락을 받네 받지 않네, 초상권이네 하는 이야기가 툭툭 튀어나오고 있는데, 이 글을 읽는 분들 또한 초상권이란 단어는 이제 꽤나 자주 접하는 단어인 만큼 그렇게까지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초상권이 정확하게 무엇인가, 혹은 허락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라는 질문을 받으면 대답할 말이 곤궁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의 논의를 위해 초상권에 대한 정의를 간단하게 내려보고자 하는데, 역시 이러한 경우 가장 좋은 것은 대한민국 법전을 참조하는 것이겠다.
대한민국의 법 조항에 있어 초상권은 단일 항목으로서 명시적인 규정이 되어 있지는 않고, 헌법상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권(제10조)에 근거하는 일반적 인격권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초상권은 흔히 두 가지로 구분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격권적 측면: 허락 없이 개인의 초상이 촬영, 공표 당함으로써 받게 되는 정신적 고통을 방지하고자 하는 개인의 인격적 이익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재산권적 측면: 초상의 노출이 감정적인 것이라기보다 경제적 이익을 박탈당하는 것이라 느끼는 것으로 재산상의 이익을 그 보호법익으로 한다.
현재 우리가 다루는 것은 취미사진에 있어서의 초상권이므로 재산권적인 측면을 배제하기로 하자. (참고로 이 경우의 구제수단은 손해 배상의 청구 및 부당 이득의 반환 등이 있다) 인격권적 측면에서의 초상권이 문제가 되는 경우의 구제수단은 촬영 및 보도의 중지 청구, 위자료 청구, 명예 회복 등의 조치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면 초상권이 침해되었다, 고 말할 수 있는 경우를 대표적으로 몇 가지 들 수가 있게 되는데,
1. 허가 없는 사진의 촬영: 촬영이 피 초상자가 알 수 있는 형태로 이루어진 경우에 있어 피 초상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묵시적인 승낙이라고 볼 수 없으며, 반드시 명시적인 허가가 있어야 한다. (단, 촬영의 보수가 피 초상자에게 지급된 경우는 초상의 사용을 승낙한 것으로 본다)
2. 허가 없는 사진의 공표: 비록 촬영이 피 초상자의 승낙 아래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그 공표 범위는 반드시 피 초상자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더불어 그 방법에 대해서도 양해가 이루어져야 한다.
3. 공표된 사진을 무단으로 타 매체에 전재하는 경우
이 이외에도 몇몇 경우가 더 있지만 대부분 이 항목들에 한해 일어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여기까지만 언급하기로 한다.
법이 이렇듯 초상권의 보호를 천명하고 있긴 하지만, 몇몇 예외 사정에 한하여 초상권을 제한하는 경우가 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흔히 이런 경우는 초상권이 없는 것 아닙니까? 라고 질문하는 케이스들 몇 가지를 들어본다. 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초상권의 제한이며, 초상권이 없는 경우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이다.
1. 표현의 자유, 범죄 수사와 같은 공공성이 있는 사진
2. 정치가나 배우 등의 저명인: 저명인은 일반인의 건전한 관심의 표적으로 간주하여 그 초상권의 행사가 어느 정도 제한되는 것으로 하고 있으나, 사생활의 핵심영역에 있어서는 여전이 일반적 인격권의 침해범위에 해당된다.
3. 저명인이 아닐지라도 풍경, 기타 장소의 부수물로서 인물이 취급되는 경우: 더불어 집회나 행렬 및 이와 유사한 행사에 참가하는 경우 인물의 초상은 보호되지 아니한다(KUG 제 23조 제 1항 제 1호-제3호 참조) 단 이는 그 한도 내에서만 허가될 뿐이며, 예를 들어 촬영된 사진의 인물 일부를 확대하여 재인화하는 행위는 초상권의 침해가 된다.
즉, 일반적으로 '초상권이 없는 경우'라고 알고 있는 경우는 대부분 초상권이 일부 제한된 경우이며, 초상권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경우는 전무하다고 할 수 있겠다. 허면, 이렇게 초상권이 침해 받는 경우에 대하여 취할 수 있는 대응 방법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는가?
라는 의문을 가지고 찾아본 결과 꽤나 놀라게 되었는데, 일반인의 초상 촬영에 있어 인격권으로서 촬영 및 공표가 초상권의 침해로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처벌할 만한 마땅한 수단이 없었다. 일반인이 취미로 사진을 찍고 공표한 경우에 그와 관계된 실정법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뿐이다. 물론 이러한 경우에도 손해배상 청구와 촬영 및 공표 금지 등은 여전히 요구할 수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소송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이고 보면 자신의 사진 때문에 심각한 생활의 타격을 받지 않은 다음에야 그러한 행동을 취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고, 결국 있어도 별 도움이 안 되는 수준이 되어버리고 만다. (더군다나 소송 비용을 생각해 보면 차라리 사진 한 장 정도...라고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더 많다)
대한민국 실정법에 있어 피사체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실정법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며, 동법 제 14조의 2는 '카메라 기타 및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자극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길거리의 사람을 일반적 구도로 촬영한 것은 피사체의 의도에 반하더라도 형사적 처벌을 받지는 않게 된다. (여기서의 성적 욕망 및 수치심의 경우는 건전한 상식 있는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 혐오감을 기준으로 한다. 즉, 자신의 머리카락이 찍혀서 성적 수치심을 느꼈어요ㅠㅠ 같은 경우는 해당이 안 되는 이야기 되겠다) 단, 법령에서는 초상권 침해를 이유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 고 조항을 두기는 하였으나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취미사진의 공표에 대한 손배 소송은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볼 때 제한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다는 것은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닌가 싶다.
초상권이 껌 씹듯 무시되고 있는 현실
법이 초상권을 어떻게 규정하며 어떤 경우에 그것이 침해되는지를 대충 살펴보았다. 그러면 초상권이 어디 엘프 나무 찍는 소리로밖에 인식되고 있지 않는 현실의 예를 몇 가지만 들어보자.
가장 흔히 일어나고 있고 또 별 대책이 안 서는 경우가 허가 없이 사진을 찍고 그것을 각종 인터넷 갤러리에 올리는 경우라 할 수 있겠다. 그나마 제재 장치가 되어있고, 또 유저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는 몇몇 갤러리(raysoda, slrclub등을 생각해보자) 에서는 상대적으로 허가 없이 찍힌 사진의 수도 적은 편이고, 올라온다 할지라도 보통은 자체의 갤러리 내에서만 소화되는 경우가 많아 큰 문제로 번지지는 않는다. 허나 DCinside와 같은 갤러리에 자칫 잘못 올라 어느 날 자신이 온갖 합성의 대상물이 되어 있는 경우라면, 글쎄 그것이 그렇게 기분 좋은 일은 아닐 듯싶다. 개죽이야 덕분에 유명해졌다지만.
촬영자와 배포자가 동일 인물인 앞선 상황과 달리, 이 둘이 서로 다른 경우도 있다. 즉, 촬영자는 분명 허가를 받고 사진을 찍어 개인적인 공간에 올렸지만, 이 사진을 막무가내로 퍼가는 사람들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되겠다. 특히나 요즈음의 사이트에서는 초상권을 그야말로 어디 오크 산수 공부하는 소리로 아는지, 사용자들이 초상권을 침해하도록 적극 권장하기조차 하는 동네가 있는데 그게 한참 인기를 끌고 있는 Cyworld다. 아시다시피 이 미니홈피에는 '스크랩'이라는 웃기지도 않은 기능이 있는데, 이 기능을 이용하면 원래 사진을 올린 사람의 허락 따위는 아무 관계없이 마음대로 사진을 클릭 한번에 가져갈 수 있는 데다가 누가 사진을 가져갔는지 파악할 수 있는 도구 따위는 전혀 없다. (싸이 측은 트래픽 과다로 그러한 검색 기능을 제공할 수 없다, 고 핑계를 대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럴 거면 아예 스크랩 기능을 빼는 게 싸이의 트래픽 감소에 매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현재는 여론에 밀려 스크랩 제한기능을 두긴 했지만 이 기능이 있다는 것 자체가 눈 가리고 아웅 수준이라는 이야기밖에는 안 된다) 덕분에 헤어진 연인이 찍어준 사진을 새로 사귄 남자친구가 떡하니 스크랩해서 올려놓고 내 여친 사진인데 이쁘지=.=/ 이러고 찍어준 전 남자친구는 한달 쯤 지나서 그거 알고 폭주하는 정말 웃기지도 않은 사태가 생기는 것 아니겠는가.
이 두 예에서 극렬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과 같이 작금의 초상권 문제는
- 허락 받지 않은 사진을 찍는 사람
- 그 사진을 아무 갤러리나 덥석덥석 올리는 사람
- 올라간 사진을 랄랄라 제멋대로 퍼가는 사람
(이 셋은 동일인일 수도, 별개일 수도 있다) 들이 손잡고 만들어내는 어지러운 상황인 것이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나
현상을 이야기하는 것은 쉬우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하물며 이처럼 딱 부러지는 해결책이 없는 문제에 있어서야 나라고 별반 좋은 말이 나올 리는 없지만, 그래도 두리뭉실하게나마 마무리 짓고자 한다.
이미 지적한 내용이지만, 현재로서는 초상권 침해에 대한 처벌을 가능케 하는 실정법은 단 하나밖에 없고, 그 이외에는 모두 민사소송으로 해결을 보아야 하는 상황이다. 말이 소송으로 구제이지 물질적, 정신적 피해 정도가 크지 않은 다음에야 소송을 하려는 마음을 먹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고 보면 - 상업사진이나 보도사진이라면 그 정도를 감수해야겠지만 개인사진의 경우 올라온 사진을 보고 바로 소송을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나 싶다- 사실상 법적으로는 구제책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찍는 사람의 에티켓에 맡길 수 밖에 없다는, 원론적인 결론만 나오게 되어 버린다.
사진을 찍는 사람 입장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글이 외국의 경우는 어떤데 우리 나라는 너무 민감하다느니, 혹은 왜 그런 사진 한 장에 민감하게 구는지 모르겠다는 류의 글이다. 그러나 초상권, 나아가 인격권은 어디까지나 그 대상이 되는 사람의 기준에서 생각해야 하는 것이지 찍는 당사자 입장에서 마음대로 결정하고 행동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 찍히는 사람 입장에서 원치 않는다면 찍지 않아야 한다는 기본적인 인식의 태도가 필요하다 본다.
더불어, 현재와 같이 사진 한 장 퍼뜨리는 것이 담배 한 대 필 시간에 이루어지는 세상에서라면, 촬영 자체에 대한 허락과 함께 어느 곳에 게시하겠음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예의일 것이다. 자신의 사진을 공개할 생각이 있다면, 혹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공개되어 퍼져나갈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상황이라면, 사전에 양해를 구하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본질적으로 허가 받지 않은 촬영 자체가 초상권을 침해하는 현 상황에서, 그 초상권의 침해 정도는 보통 그 사진이 퍼진 정도가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취미 활동에 있어 초상권의 침해는 이 정도의 선에서 그치는 경우가 보통이기 때문에, 최소한 그에 대한 허락 정도라도 받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 본인의 생각이다. 물론, 생각 없이 이 사진 멋있네 그러면서 덥석덥석 가져가는 사람 또한 가져가기 전에 최소한 원 게시자에게 연락이라도 한번 해서 가져가겠다고 허락을 받는 정도의 예절 정도만 지켜도 지금보다 문제는 훨씬 줄어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취미로 사진을 찍는 사람의 입장에서, 마찬가지로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분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소리 덧붙이고자 한다. 분명 디지털 이전의 사진에도 허락 받지 않은 사진들은 많았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그 수가 더욱 증가하는 것도 사실이다. 단순히 사진 인구의 증가로 인한 비율로만 보기에는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그 다툼의 횟수는 잦다. 장비의 가격이 내려가고, 많은 사람들에게 카메라가 보급되면서 너도나도 좋은 장비를 든 연후에 그 장비를 제대로 활용치 못 하는 게 아닌가 싶은 것이 솔직한 본인의 심정이다. 몇 년 전 본인은 광학 10배 줌의 카메라를 보고 이게 망원경이지 카메라냐, 는 요지의 이야기를 친우에게 한 적이 있다. 허나 지금 광학 10배줌의 카메라는 보급형 기종에서만 벌써 3종이 넘는다. DSLR급에서 인기 있는 렌즈는 70-200, 혹은 70-300계열들, 크기만으로도 웬만한 작은 카메라를 능가하는 그 렌즈는 DSLR에 장착하는 순간 환산 화각으로만 따지면 105-300, 105-450에 이르는 무시무시한 망원렌즈가 된다. 본인의 카메라에서는 70-300이면 119-510이 되어버린다. 물론 망원은 사진에 있어 하나의 고유한 영역이며, 그 영역만의 역할에 대해서는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성능 좋은 '망원경'에 가까운 렌즈를 들고 저 멀리 숨어서 누군가의 사진을 찍은 연후에 갤러리에 작품 이름을 달아 올리는 사람이 있는 것도 현실이다. 혹자는 그것을 자연스러운 사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강변하기도 하지만, 그렇다면 그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은 후 당당히 들고 가 사진을 찍었음을 알리는 예의는 왜 갖출 수 없는 것인가. 굳이 사진은 다가가서 찍는 것이라는 해묵은 금언을 꺼내놓을 필요는 없다 하더라도, 사진을 찍는 데 있어 몰래 숨어서 찍는 사진보다는 촬영자와 그 대상이 서로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사진을 찍고자 한다면 애초 이런 초상권이니 뭐니 하며 낯 붉히며 싸우는 일이, 적어도 취미 생활에서는 없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 R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4-01 11:06)